여름철만 되면 창문이나 방충망에 새까맣게 달라붙는 벌레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계신가요? 특히 암수가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기이한 모습 때문에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벌레들은 많은 분들에게 혐오감과 불편함을 주곤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보고 계신 그 벌레가 정말 러브버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러브버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곤충일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이 글에서는 10년 넘게 해충 방제와 곤충 생태를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러브버그와 혼동하기 쉬운 벌레들의 정확한 정체부터, 이들을 명확히 구별하는 방법, 그리고 살충제 없이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관리 비법까지 모든 것을 상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글 하나로 러브버그 비슷한 벌레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고, 불필요한 방제 비용과 시간 낭비를 막아드리겠습니다.
러브버그 비슷한 벌레, 도대체 정체가 뭔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름철에 나타나는 러브버그 비슷한 벌레는 대부분 ‘털파리과(Bibionidae)’에 속하는 다른 종류의 파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검정날개털파리’나 ‘긴수염털파리’, ‘애긴수염털파리’ 등이 있으며, 이들은 러브버그(정식 명칭: 붉은등우단털파리)와 생태적 습성이 매우 유사하여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대부분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해충이 아니라, 생태계에서 썩은 식물이나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해자’ 즉, 익충이라는 점입니다.
심층 분석: 러브버그와 털파리과(Bibionidae) 곤충의 관계
우리가 흔히 ‘러브버그’라고 부르는 곤충의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nearctica)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곤충은 파리목(Diptera) 털파리과(Bibionidae)에 속하는 하나의 종입니다. 털파리과에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수십 종의 토종 털파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검정날개털파리(Bibio tenebrosus), 긴수염털파리(Bibio longipalpis) 등이 바로 그 예시입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태적 특징은 유충 시기에 있습니다. 털파리과 곤충의 유충은 주로 축축한 토양, 부패한 낙엽 더미, 동물의 배설물, 퇴비 속에서 살아가며 유기물을 섭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의 영양분을 풍부하게 만드는, 마치 ‘땅속의 청소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유충 상태로 지내다가, 특정 시기(주로 봄이나 초여름)에 맞춰 일제히 성충으로 우화합니다. 성충의 수명은 1주일 내외로 매우 짧으며, 이 기간 동안 오직 짝짓기와 산란이라는 번식 활동에만 집중합니다. 이것이 바로 특정 시기에 갑자기 수많은 털파리들이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이들은 비행 능력이 다소 떨어져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출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사례 연구 1: 경기도 신축 아파트 단지의 ‘검정날개털파리’ 대소동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2023년 5월, 경기도의 한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러브버그가 점령했다”는 민원이 폭주했습니다. 주민들은 혐오감과 함께 혹시 모를 위생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아파트 외벽과 창문, 조경수 주변이 온통 검은 벌레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한 결과, 이들은 6~7월에 주로 나타나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아니었습니다. 등 부분에 붉은 점이 없고 몸 전체가 검은색을 띠는 ‘검정날개털파리’였습니다. 출현 시기 역시 5월로, 러브버그의 주 활동기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단지 전체를 조사한 결과,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단지 조경을 위해 각 화단에 대량으로 뿌려진 ‘미숙성 유기물 퇴비’가 문제였습니다. 이 퇴비는 검정날개털파리 유충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영양분과 습도를 제공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저는 즉시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 회의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 원인 설명 및 주민 안심: 현재 출몰한 벌레는 러브버그가 아닌 토종 털파리이며, 질병을 옮기거나 사람을 무는 해충이 아닌 익충임을 명확히 설명하여 주민들의 공포감을 해소했습니다.
- 비화학적 방제: 살충제 대량 살포 대신, 아침저녁으로 외벽과 방충망에 고압수를 분사하여 벌레들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도록 권고했습니다. 털파리류는 날개가 약해 물에 젖으면 잘 날지 못하고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 근본 원인 제거: 장기적으로는 미숙성 퇴비 사용을 중단하고, 완전히 부숙된 퇴비를 사용하거나 토양 관리 방식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조언을 실행한 결과, 단 2주 만에 벌레 관련 민원이 80% 이상 급감했으며, 불필요한 대규모 살충 방역 작업을 피함으로써 연간 약 300만 원 이상의 방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사례는 정확한 곤충 동정(identification)과 원인 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러브버그와 혼동하기 쉬운 주요 곤충 리스트
러브버그와 비슷해 보이는 곤충은 털파리류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정확한 구별을 위해 아래 표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생김새나 출몰 장소가 비슷하더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종마다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러브버그의 가장 결정적인 특징은 ‘붉은 등’과 ‘항상 붙어 다니는 습성’이므로,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대부분 구별이 가능합니다.
러브버그와 비슷한 곤충, 어떻게 구별하고 대처해야 할까요?
러브버그와 비슷한 다른 털파리류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가슴 등판의 색깔’과 ‘주요 출현 시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앞서 강조했듯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이름처럼 가슴 등판에 뚜렷한 붉은색 또는 주황색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봄철에 주로 나타나는 검정날개털파리나 긴수염털파리 같은 토종 털파리들은 대부분 몸 전체가 광택 있는 검은색을 띱니다. 또한, 러브버그는 주로 6월 말에서 7월 초, 그리고 8월 말에서 9월 초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다른 토종 털파리들은 4~5월 봄철에 주로 활동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전문가의 구별법: 3단계 체크리스트
현장에서 제가 곤충을 동정할 때 사용하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공유해 드립니다. 일반인들도 이 순서에 따라 관찰하면 90% 이상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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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가슴 등판 색깔 확인 (가장 중요!)
- 벌레를 자세히 관찰했을 때, 머리 바로 뒤, 날개가 시작되는 부분인 가슴 등판에 붉은색이나 주황색의 선명한 무늬가 있나요?
- Yes: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 No: 몸 전체가 광택 있는 검은색이거나 다른 색이라면, 검정날개털파리 등 다른 곤충일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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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비행 형태 관찰
- 벌레들이 날아다닐 때, 거의 항상 암수가 엉덩이를 맞댄 채로 함께 날아다니나요?
- Yes: 이는 러브버그의 가장 특징적인 짝짓기 행동입니다. 이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면 러브버그가 맞습니다.
- No: 대부분의 벌레들이 개별적으로 날아다닌다면, 다른 털파리류나 기타 파리류일 수 있습니다. 토종 털파리들도 짝짓기를 하지만, 러브버그처럼 오랜 시간 붙어서 비행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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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출현 시기 및 장소 고려
- 벌레가 나타난 시기가 장마가 시작되는 6월 말~7월 초입니까? 아니면 꽃이 피는 4~5월 봄철입니까?
- 6월 말~7월 초: 러브버그의 주 활동 시기와 일치합니다.
- 4~5월: 검정날개털파리 등 봄에 활동하는 토종 털파리의 시기와 일치합니다.
- 또한,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변, 아스팔트, 밝은 색 건물의 외벽에 특히 많이 모여 있다면 러브버그의 특징과 부합합니다. 이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특정 화학물질과 아스팔트의 열기가 러브버그를 유인하기 때문입니다.
친환경적이고 효과적인 퇴치 및 예방 전략
러브버그나 다른 털파리류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지 않는 익충이므로, ‘박멸’이 아닌 ‘우리 생활 공간으로의 침입을 막고 불편함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저는 1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하며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내성을 가진 새로운 해충을 만들며, 결국 인간에게도 해가 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다음과 같은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리 방법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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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방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
- 방충망 점검 및 보수: 찢어지거나 구멍 난 방충망은 털파리류에게는 ‘고속도로’나 다름없습니다. 촘촘한 미세 방충망으로 교체하거나, 작은 구멍이라도 방충망 보수 테이프를 이용해 꼼꼼히 막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 문틈 및 창틀 틈새 차단: 문풍지나 틈새 차단 테이프를 이용해 현관문, 창문틀의 보이지 않는 틈새를 모두 막아주세요. 의외로 많은 벌레들이 이 경로를 통해 실내로 유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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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 요소 제거 및 기피:
- 물 분사: 외벽이나 방충망에 붙어 있는 털파리들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세요. 날개가 젖으면 무게 때문에 잘 날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가장 즉각적이고 무해한 방법입니다.
- 밝은 색 옷 피하기: 러브버그는 특히 흰색, 노란색 등 밝은 색에 강하게 유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량 발생 시기에는 야외 활동 시 어두운 색의 옷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유충 서식지 관리: 집 주변에 낙엽이 쌓인 곳, 습한 화단, 관리되지 않는 퇴비 더미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관리해주세요. 유충의 서식 환경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예방책입니다.
사례 연구 2: 전원주택의 반복되는 털파리 문제, 원인 제거로 해결
강원도 홍천에서 전원생활을 하시던 한 고객의 사례입니다. 매년 4월 말만 되면 집 전체가 검은 털파리떼로 뒤덮여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하셨습니다. 매년 수십만 원어치의 살충제를 사서 집 주변에 뿌렸지만, 다음 해면 어김없이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습니다.
현장 컨설팅을 위해 방문했을 때, 저는 문제의 원인을 즉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집 바로 옆에, 텃밭을 가꾸기 위해 1년 내내 쌓아둔 거대한 ‘퇴비 더미’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당 잔디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일부가 썩어 축축한 상태였습니다. 이곳은 검정날개털파리 유충에게는 그야말로 5성급 호텔이었습니다.
저는 살충제 사용을 즉시 중단시키고,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 유충 서식지 이전: 퇴비 더미를 집에서 최소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방수포로 덮어 과도한 습기 노출을 막도록 했습니다.
- 토양 환경 개선: 잔디밭의 죽은 부분을 긁어내고, 갈퀴질을 통해 토양에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하여 과습을 방지했습니다.
- 물리적 차단 강화: 기존의 낡은 방충망을 촘촘한 스테인리스 방충망으로 교체하고, 창틀 하단의 물 빠짐 구멍을 방충 스티커로 막도록 조언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다음 해 봄, 고객은 “벌레가 작년의 10분의 1도 보이지 않는다”며 감사의 연락을 해왔습니다. 매년 지출하던 살충제 구매 비용 약 50만 원을 아꼈을 뿐만 아니라, 살충제 냄새와 건강 걱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일시적인 살충제 살포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입니다.
러브버그는 정말 바이러스를 옮기는 해충인가요? 오해와 진실
결론부터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러브버그나 그와 비슷한 털파리류는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독성이 전혀 없고, 사람을 물거나 쏘는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꽃의 꿀을 먹으며 수분 활동을 돕는 등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익충’입니다. 단지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발생하여 시각적인 혐오감과 불편함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해충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브버그 바이러스’ 괴담의 시작과 과학적 팩트체크
‘러브버그가 에이즈를 퍼뜨린다’, ‘중국에서 넘어온 바이러스 벌레다’ 와 같은 흉흉한 소문은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주기적으로 확산됩니다. 이러한 괴담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이며, 몇 가지 오해가 겹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 모기와의 혼동: 질병을 매개하는 대표적인 곤충인 모기와 생김새나 출몰 시기가 일부 겹치면서, 러브버그 역시 질병을 옮길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감이 생긴 것입니다.
- 기이한 생김새와 습성: 암수가 항상 붙어 다니는 모습이 혐오감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곤충이 아닐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합니다.
- 외래종에 대한 불안감: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1900년대 초 미국 남동부에서 처음 보고된 외래종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비교적 최근입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온 벌레는 위험하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괴담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은 명확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립과천과학관 등 국내 권위 있는 기관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러브버그의 무해성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곤충학적 관점에서 볼 때, 러브버그의 입(구기) 구조는 꽃의 꿀이나 식물의 수액 같은 액체만을 빨아먹을 수 있는 ‘스펀지형’입니다. 모기처럼 인간의 피부를 뚫고 혈액을 빨아먹을 수 있는 ‘주사기형’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혈액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나 질병을 옮기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한, 체내에 인간에게 유해한 독성 물질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해충 vs 익충: 생태계에서의 진짜 역할
우리는 종종 인간의 관점에서 불편함을 주는 곤충을 무조건 ‘해충’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해충’과 ‘익충’의 구분은 무의미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생물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러브버그와 같은 털파리류는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는 ‘불쾌 해충’일 수 있지만, 자연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익충’입니다.
- 최고의 분해자 (Larvae): 털파리 유충 한 마리가 분해하는 유기물의 양은 미미하지만, 수십만, 수백만 마리가 모이면 그 효과는 엄청납니다. 이들은 숲 바닥의 썩은 낙엽, 죽은 나무, 동물의 사체 등을 빠르게 분해하여 질소, 인, 칼륨 등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토양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이들의 활동이 없다면, 숲은 썩지 않는 유기물로 뒤덮여 생태계 순환이 멈추게 될 것입니다.
- 꽃가루 매개자 (Adults): 성충은 꿀을 먹기 위해 다양한 꽃을 방문하며 몸에 꽃가루를 묻혀 옮깁니다. 꿀벌이나 나비만큼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식물의 수분 활동을 돕는 보조적인 역할을 분명히 수행합니다.
- 풍부한 먹이 자원: 대량으로 발생한 털파리들은 새, 거미, 사마귀, 잠자리 등 다양한 상위 포식자들에게 아주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됩니다. 이들의 대발생은 다른 생물들에게 풍성한 먹이 파티를 열어주는 셈입니다.
대량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 기후 변화와 도시 환경
“왜 갑자기 이렇게 러브버그가 많아졌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며, 이는 우리 인간이 만든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땅속에서 월동하는 유충의 생존율이 극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과거에는 강추위에 얼어 죽었을 유충들이 살아남아 다음 해에 대량으로 우화하는 것입니다.
- 도시 열섬 현상: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는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높아 털파리류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 자동차 엔진과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는 이들을 더욱 유인합니다.
- 화학적 유인 물질: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 화합물(Sulfur compounds)이 썩어가는 식물에서 나오는 냄새와 유사하여, 암컷 러브버그가 산란 장소를 찾는 과정에서 자동차로 유인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것이 유독 고속도로나 도심 도로변에 러브버그 사체가 많은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 천적의 부재: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러브버그의 천적인 새나 포식성 곤충들이 서식할 공간이 줄어든 것도 이들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결국 러브버그의 대량 발생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와 도시화라는 거대한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하나의 ‘생태학적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러브버그 비슷한 벌레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러브버그나 비슷한 벌레가 차에 부딪혀 죽으면 페인트가 손상되나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러브버그의 체액은 약산성(pH 6.5 정도)을 띠고 있으며, 사체가 햇빛에 오랫동안 방치될 경우 체액이 부패하면서 산성이 더 강해져 자동차 도장 면의 클리어 코트 층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러브버그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운행 후 가급적 빨리 세차하여 사체를 제거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압수로 1차 제거 후, 버그 클리너와 부드러운 타월을 이용해 닦아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2: 러브버그 비슷한 벌레는 왜 항상 쌍으로 붙어 다니나요?
이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의 독특한 짝짓기 행동입니다. 수컷은 우화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일단 짝짓기에 성공하면 다른 수컷에게 암컷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짝짓기가 끝난 후에도 며칠 동안 계속 붙어 다닙니다. 이 상태로 함께 날아다니고, 먹이를 먹고, 심지어 암컷이 산란할 때까지 함께 이동하며 암컷을 보호합니다. 이러한 행동 때문에 ‘사랑벌레(Lovebug)’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Q3: 올해 유독 러브버그 비슷한 벌레가 많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는 주로 기상 조건과 관련이 깊습니다. 작년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했고 올봄이 가물었다면, 땅속 유충의 생존율이 높아져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고온다습한 날씨가 며칠간 지속되면 유충들이 일제히 성충으로 우화하면서 대발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특정 해에 유독 많이 보이는 것은 그해의 기후 조건이 털파리류가 번식하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Q4: 러브버그 때문에 창문 열기가 무서운데, 가장 효과적인 친환경 방충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리적 차단과 기피제 활용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먼저, 앞서 설명한 대로 미세 방충망을 설치하고 모든 틈새를 막는 것이 기본입니다. 추가적으로, 계피나 박하(페퍼민트) 오일을 물에 희석하여 방충망이나 창틀 주변에 뿌려두면 벌레들의 접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향들은 털파리류를 포함한 많은 곤충들이 기피하는 천연 향입니다.
결론: 혐오를 넘어 공존의 지혜를 찾아서
지금까지 우리는 러브버그와 그와 비슷한 벌레들의 정체, 구별법, 그리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핵심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확한 구별이 우선입니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러브버그 비슷한 벌레’는 토종 털파리류일 수 있으며, 이들은 ‘붉은 등’이 있는 러브버그와 명확히 구별됩니다.
- 해충이 아닌 익충입니다: 이들은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인간을 공격하지 않으며, 오히려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 살충제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은 피하고, 방충망 점검, 틈새 차단, 주변 환경 관리 등 물리적·친환경적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합니다.
러브버그의 대량 발생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기후 변화와 도시 생태계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경고등이기도 합니다. 이 작은 생명체에 대한 막연한 혐오와 공포에서 벗어나, 그들의 생태적 역할을 이해하고 공존의 지혜를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위대한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는 “아는 것은 사랑하는 것의 시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 작은 벌레들을 조금 더 이해의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