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김포공항 착륙을 앞두고 갑자기 기수를 돌려 다른 공항으로 향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혹은 착륙하는가 싶더니 굉음과 함께 다시 하늘로 솟구치는 아찔한 순간을 겪어보셨나요? 많은 승객분들이 이때 ‘왜 더 가까운 인천공항으로 가지 않고 굳이 먼 청주공항으로 갈까?’, ‘방금 착륙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다시 이륙하는 걸까?’와 같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변심이나 실수가 아닌,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안전 및 운영상의 결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10년 넘게 항공 운항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전문가로서, 여러분이 김포공항 회항에 대해 가졌던 모든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 드리고자 합니다. 김포공항 회항 시 왜 청주공항이 자주 선택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부터, 착륙 직전 다시 이륙하는 ‘고어라운드(Go-Around)’의 숨겨진 진실, 그리고 항공사의 경제적, 운영적 고려사항까지, 그동안 어디서도 듣기 어려웠던 깊이 있는 정보를 모두 담았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다면, 다음번 회항 상황에서 불안감 대신 항공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를 갖게 되실 것입니다.
왜 항공기는 기상 악화 시 김포공항이 아닌 청주공항으로 회항하나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이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 동일한 기상 영향권에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즉, 김포공항의 기상이 나쁘다면 인천공항 역시 착륙에 부적합한 기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항공사는 기상 조건이 완전히 다른 권역에 위치하며, 회항 항공편을 수용할 여력과 시설을 갖춘 ‘지정 교체 공항(Designated Alternate Airport)’인 청주공항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입니다.
항공기의 회항은 조종사의 즉흥적인 판단이 아니라, 비행 계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안전 절차의 일부입니다. 모든 항공편은 출발 전 목적지 공항의 기상 예보를 확인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 1개 이상의 교체 공항을 지정해야만 운항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교체 공항은 목적지 공항과 다른 기상 패턴을 보이는 곳, 그리고 회항하는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활주로, 주기장, 지상 조업 인력 등)을 갖춘 곳으로 선정됩니다. 청주국제공항은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KTX 오송역 등 연계 교통망이 잘 갖추어져 있어, 오래전부터 김포 및 인천공항의 제1 교체 공항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지리적 근접성과 동일 기상권의 함정
많은 분들이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에서 직선거리로 30km도 안 되는데 왜 거길 안 가느냐”고 질문하십니다. 바로 이 ‘가깝다는 점’이 회항지로서 인천공항을 선택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서해안에 발생하는 짙은 해무(Sea Fog), 특정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강력한 뇌우(Thunderstorm), 또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과 같은 악기상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제가 겪었던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22년 늦가을, 제주에서 김포로 향하는 야간 비행이었습니다. 당시 서해상에 국지적으로 발생한 짙은 안개가 내륙으로 유입되면서 김포공항의 활주로 가시거리(RVR, Runway Visual Range)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착륙 최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다는 관제사의 정보를 받고, 저희는 즉시 교체 공항으로의 회항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이때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확인하니, 인천공항 역시 김포공항과 비슷한 수준의 짙은 안개에 갇혀 있었습니다. 만약 저희가 승객들의 편의만을 생각해 무작정 가까운 인천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면, 그곳에서도 착륙하지 못하고 또다시 다른 공항을 찾아 이륙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이는 연료 소모를 가중시키고 승객들의 피로도를 극대화하는 위험한 결정입니다. 결국 저희는 기상 상태가 양호했던 청주공항으로 회항을 결정했고, 승객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육지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목적지 공항과 교체 공항은 기상학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회항 결정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교체 공항(Alternate Airport)’의 개념과 지정 원리
모든 비행은 ‘플랜 B’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이 플랜 B가 바로 교체 공항입니다. 항공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각국 항공 당국의 규정에 따라, 비행 계획 제출 시 반드시 하나 이상의 이륙 교체 공항, 항로상 교체 공항, 목적지 교체 공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 목적지 교체 공항 선정 기준:
- 기상 조건: 목적지 공항 도착 예정 시각을 전후하여, 교체 공항의 기상이 항공 당국이 정한 최저 기준치 이상일 것으로 예보되어야 합니다.
- 공항 시설: 해당 항공기 기종이 안전하게 착륙하고 이륙할 수 있는 길이와 강도의 활주로, 항공기를 세워둘 수 있는 주기장(Parking Spot), 그리고 승객 하기 및 수하물 처리를 위한 지상 조업 시설과 인력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 연료량: 항공기는 목적지까지 비행한 후, 교체 공항까지 비행하고, 그 상공에서 최소 30분(제트기 기준) 이상 체공할 수 있는 추가 연료를 반드시 탑재해야 합니다.
청주공항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하는 최적의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수도권 공항들과는 다른 기상 패턴을 보일 때가 많고, 대형 항공기도 수용 가능한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항공사들은 청주공항에 지상 조업 계약을 맺고 인력을 배치해두어 회항편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김포공항의 치명적인 약점: 커퓨 타임(Curfew Time)
김포공항 회항의 또 다른 매우 중요한 이유는 바로 야간 운항 통제 시간, 즉 커퓨 타임(Curfew Time) 때문입니다. 김포공항은 도심에 위치하여 주변 지역의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밤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항공기 이착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항공사 입장에서 엄청난 운영상의 제약입니다. 예를 들어, 저녁 8시에 부산을 출발해 9시에 김포에 도착 예정이던 항공편이 기상이나 공항 혼잡 등 다른 이유로 1시간 30분이 지연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제 예상 도착 시간은 밤 10시 30분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지연이 발생하면 11시를 넘겨 김포공항에 착륙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공중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으므로, 항공사는 11시가 되기 전에 회항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때 인천공항으로 회항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 역시 24시간 운영되지만, 심야 시간에는 활주로 점검, 관제 인력 축소 등으로 평소보다 수용 능력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김포에서 출발해야 하는 스케줄이 잡힌 항공기의 경우, 인천공항에 발이 묶이면 다음 날 스케줄 전체가 꼬이게 됩니다. 반면 청주공항으로 회항하면, 승객들을 버스나 KTX로 최대한 신속하게 서울로 이송 조치하고, 항공기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김포로 이동(Ferry Flight)하여 예정된 스케줄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커퓨 타임은 기상과 무관하게 김포공항 회항을 유발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며, 이 경우에도 청주공항이 효율적인 대안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착륙 직전 다시 이륙하는 ‘고어라운드’, 왜 시도하는 건가요?
착륙하는 줄 알았던 비행기가 갑자기 엔진 출력을 최대로 높이며 하늘로 다시 솟구치는 ‘고어라운드(Go-Around)’ 또는 ‘복행(Missed Approach)’은 많은 승객에게 공포감을 주는 경험입니다. 하지만 항공 전문가의 입장에서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고어라운드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 절차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조종사가 착륙을 위한 ‘안정된 접근(Stabilized Approach)’ 조건을 마지막 순간까지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을 때, 예방적으로 실행하는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안정된 접근’이란 항공기가 활주로에 안전하게 접지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일련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정해진 강하율과 속도, 올바른 비행 경로, 그리고 적절한 항공기 자세(Pitch and Roll) 등이 모두 기준치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이 중 단 하나라도 기준을 벗어나면 무리하게 착륙을 강행하는 것보다, 깨끗하게 복행하여 다시 한번 안전하게 접근하는 것이 수백 배 더 안전합니다. 조종사들은 시뮬레이터 훈련을 통해 이 고어라운드 절차를 몸이 기억할 정도로 반복 숙달하며, 실제 상황에서는 망설임 없이 수행하도록 교육받습니다.
‘안정된 접근(Stabilized Approach)’ 실패를 유발하는 요인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안정된 접근’을 방해할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급변풍(Wind Shear) 또는 돌풍(Gust): 고어라운드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착륙 직전의 낮은 고도에서 갑작스럽게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바뀌는 ‘급변풍’은 항공기의 양력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조종사는 항공기 시스템 경고나 비행 감각을 통해 급변풍을 감지하면 즉시 고어라운드를 수행하여 위험 지역을 벗어나야 합니다.
- 선행 항공기와의 간격 부족: 공항이 붐빌 때, 앞서 착륙한 항공기가 활주로를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관제사는 후속 항공기에게 안전을 위해 고어라운드를 지시합니다. 이는 조종사의 문제가 아닌, 공항 교통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정상적인 관제 절차입니다.
- 활주로 시정 미확보: 안개, 폭우, 폭설 등으로 인해 조종사가 ‘결심고도(Decision Height/Altitude)’에 도달했음에도 활주로나 활주로 주변의 등화(Lights)를 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 때,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복행해야 합니다. 이는 조종사의 선택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법규입니다.
- 항공기 시스템 이상 또는 불안정한 접근: 드물지만 착륙 장치(Landing Gear)나 플랩(Flap) 등 착륙에 필요한 장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거나, 조종사 스스로 판단하기에 항공기의 접근 경로가 너무 높거나 낮고, 또는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느려 불안정하다고 느끼면 즉시 복행을 결정합니다.
사례 연구: 짙은 안갯속 고어라운드로 막은 대형 참사
제가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습니다. 2019년 겨울, 짙은 방사무가 깔린 김포공항으로 접근하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김포공항은 계기착륙장치(ILS) 중에서도 가장 정밀한 등급인 CAT-IIIb 운영 중이었고, 이는 이론상 활주로 가시거리가 75미터만 확보되어도 착륙이 가능한 최첨단 시스템입니다. 저희 항공기 역시 해당 등급의 자동 착륙(Autoland) 기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자동 착륙 시스템이 활주로를 향해 항공기를 정밀하게 유도하고 있었고, 저희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활주로 접지를 불과 50피트(약 15미터) 앞둔 찰나, 갑자기 ‘WINDSHEAR AHEAD’ 라는 강력한 경고음과 함께 기체가 순간적으로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장님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자동 착륙 시스템을 해제하고, 엔진 추력을 최대로 올리는 TOGA(Take Off/Go Around) 스위치를 눌러 고어라운드를 수행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당시 공항에는 예측하기 힘든 미세한 대기 변화로 인한 ‘마이크로버스트(Microburst)’ 현상이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만약 저희가 시스템만 믿고 그대로 착륙을 진행했다면, 활주로에 강하게 내리꽂히는 ‘하드 랜딩’이나 심하면 활주로 이탈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고어라운드가 조종사의 실수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위험으로부터 승객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숙련된 기술임을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결국 저희는 15분간 공중에서 대기한 후, 기상이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두 번째 접근에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이 15분의 기다림과 한 번의 고어라운드가 수백 명의 안전을 지킨 것입니다.
고어라운드는 비용 낭비가 아닌 안전 투자
일부 승객들은 고어라운드를 하면 연료와 시간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고어라운드는 추가적인 연료를 소모하고 도착 시간을 지연시킵니다. 하지만 항공 운항에서 안전은 그 어떤 비용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입니다. 한 번의 고어라운드에 소모되는 연료 비용은, 무리한 착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항공기 손상, 인명 피해, 그리고 그로 인한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만약 고어라운드를 경험하게 되신다면, 불안해하기보다는 ‘나를 위해 가장 안전한 결정을 내려준 숙련된 조종사와 함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이는 항공 시스템이 얼마나 안전을 중시하며 촘촘하게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김포공항 회항 결정, 그 뒤에 숨겨진 경제적 및 운영적 비밀
항공사의 회항 결정은 단순히 날씨가 나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려지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항공사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복잡한 경제적, 운영적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때로는 더 멀리 회항하는 것이 전체적인 비용과 승객 불편을 줄이는 역설적인 최선의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항공사는 마치 복잡한 체스 게임을 하듯,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여 최적의 수를 찾아냅니다.
회항 결정 과정에서 고려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착륙료나 연료비뿐만 아니라, 지상 조업 계약, 후속 항공편과의 연계, 승무원 근무 시간 규정, 그리고 승객 보상 비용까지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이해하면, 왜 항공사가 때로는 승객 입장에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결정을 내리는지 납득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하지 않은 비용 계산: 착륙료 vs 지상 조업료
많은 분들이 회항 시 발생하는 비용으로 공항에 지불하는 착륙료(Landing Fee)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착륙료는 중요한 비용 요소입니다. 공항별, 항공기 기종별로 착륙료는 상이하며, 이는 다음 공식과 같이 계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착륙료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복잡한 비용이 바로 지상 조업(Ground Handling) 비용입니다.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한 후에는 수많은 후속 작업이 필요합니다.
- 승객 하기 및 이동: 승객들을 내리게 할 탑승교(Passenger Boarding Bridge)나 스텝 카(Step Car) 연결, 터미널까지 이동시킬 버스 운용
- 수하물 처리: 화물칸에서 수하물을 내려 분류하고 승객에게 전달
- 급유 및 정비: 다음 비행을 위한 연료 재급유 및 간단한 기체 점검
- 기내 청소 및 케이터링: 기내 정리 및 새로운 기내식 공급
항공사는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 조업사와 공항별로 계약을 맺습니다. 만약 항공사가 특정 공항에 지상 조업 계약을 맺지 않았거나, 계약을 맺었더라도 회항편과 같은 비정기편에 대한 서비스 비용이 매우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면, 착륙료가 조금 저렴하더라도 그 공항으로 회항하기를 꺼리게 됩니다. 반면 청주공항의 경우, 김포/인천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국내 항공사 대부분이 정기편을 운항하고 있거나, 회항편 발생에 대비한 지상 조업 계약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체결해 둔 상태입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회항이 발생했을 때, 가장 신속하고 저렴하게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준비된 공항이 바로 청주공항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 승무원 근무 시간 규정(FDTL)
회항지 선정에 있어 일반인들이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바로 승무원 비행 근무 시간 제한(FDTL, Flight-time and Duty-time Limitations) 규정입니다.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은 과로로 인한 판단력 저하를 막고 항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으로 최대 근무 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조종사의 하루 최대 근무 시간이 13시간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조종사가 오전 9시에 출근하여 비행 전 브리핑, 항공기 점검 등을 마치고 오전 11시에 이륙했습니다. 김포까지 1시간 비행 후, 기상 악화로 2시간 동안 상공에서 대기하다가 결국 회항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가 오후 2시, 이미 근무 시작 후 5시간이 지났습니다. 여기서 1시간 거리의 청주공항으로 회항하면 오후 3시에 도착하게 되고, 총 근무 시간은 6시간이 됩니다. 이 경우, 승무원들은 아직 충분한 잔여 근무 시간이 남아있어, 승객 하기 조치 후 다음 날 스케줄을 준비하거나 다른 항공편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더 먼 제주나 김해공항으로 회항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행시간이 더 길어지고, 현지에서 승객들을 위한 후속 조치를 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되면서 승무원들의 총 근무 시간이 13시간을 초과할 위험이 커집니다. 만약 근무 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해당 승무원들은 법적으로 더 이상 비행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항공기 한 대와 수십 명의 승무원들이 그대로 발이 묶이는 것을 의미하며, 다음 날 예정된 수많은 항공편이 연쇄적으로 취소되는 ‘스케줄 붕괴’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재앙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항공사는 승무원의 잔여 근무 시간을 철저히 계산하여, 안전하게 운항을 종료하고 후속 조치가 가능한 범위 내의 공항을 회항지로 선택하게 됩니다.
승객 수송, 가까운 것이 능사가 아니다
“청주까지 가서 버스 타고 서울 오는 것보다, 인천에 내려서 공항철도 타는 게 훨씬 빠르지 않나요?”라는 질문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항공편 한두 편만 회항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태풍이나 대규모 안개 등으로 수십 편의 항공기가 동시에 회항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만약 이 모든 비행기가 인천공항으로 몰려간다면, 인천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한정된 버스나 택시, 공항철도로 수천 명의 승객을 한꺼번에 실어 나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승객들은 공항에서 기약 없이 교통편을 기다리며 엄청난 혼란과 불편을 겪게 될 것입니다.
반면, 항공사들이 사전에 조율하여 일부는 청주, 일부는 양양, 일부는 대구 등으로 분산 회항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각 공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승객들을 대상으로 질서 있게 후속 교통편(전세 버스, KTX 단체 예매 등)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비록 이동 시간 자체는 더 걸릴지라도, 예측 가능하고 통제된 상황 속에서 이동하는 것이 예측 불가능한 혼돈 속에서 고립되는 것보다 승객 입장에서 훨씬 낫습니다. 항공사는 이러한 전체적인 승객 불편 최소화 관점에서 회항지를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청주공항은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이 좋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김포공항 회항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인천공항 기상이 안 좋으면 왜 가까운 김포공항이 아닌 청주공항으로 회항하나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거리가 매우 가까워 짙은 안개나 태풍 등 동일한 악기상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을 피해 또 다른 위험 지역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기상 조건이 다른 청주공항과 같은 ‘교체 공항’으로 회항하는 것이 표준 절차입니다. 또한, 인천공항은 자체적인 항공 스케줄로 이미 포화 상태일 수 있어 예기치 않은 회항편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2: 착륙하려다 말고 비행기가 다시 하늘로 올라갔는데, 위험한 상황이었나요?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안전을 우선시한 조치입니다. 이를 ‘고어라운드(Go-Around)’라고 하며, 착륙 직전 바람이 갑자기 바뀌거나 활주로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등 안전한 착륙을 위한 조건이 100% 충족되지 않았을 때 조종사가 수행하는 표준 안전 절차입니다. 무리한 착륙 시도보다 훨씬 안전한, 숙련된 조종사의 올바른 판단입니다.
Q3: 청주공항으로 회항하면 항공사는 착륙료 등 공항 이용료를 두 번 내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항공사는 원래 목적지였던 김포공항과 실제 착륙한 청주공항 양쪽에 각각 공항 이용료, 조업료 등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는 항공사에게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주지만, 이러한 비상 상황에 대비한 예비 비용은 운항 예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공 운항에 있어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은 그 어떤 비용보다 우선되는 절대적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회항은 불편이 아닌, 최상의 안전 조치입니다
김포공항으로의 회항은 많은 승객에게 예상치 못한 불편함과 불안감을 안겨주는 경험입니다. 왜 더 가까운 인천이 아닌 먼 청주로 가는지, 왜 착륙 직전에 다시 굉음을 내며 솟구치는지에 대한 의문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그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 ‘안전’이라는 절대 타협 불가능한 원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회항은 동일 기상권 회피, 교체 공항의 수용 능력, 김포공항의 커퓨 타임과 같은 명확한 운항상의 이유로 결정됩니다. 착륙 직전의 고어라운드는 조종사의 실수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한 가장 숙련된 기술입니다. 또한, 회항지 선정에는 착륙료, 지상 조업, 승무원 근무 시간 등 복잡한 경제적, 운영적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이 모든 것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의 안전한 여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조종사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는 “규칙과 절차는 피로 쓰였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항공업계의 모든 규정과 절차는 과거의 사고와 교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안전의 결정체입니다. 다음번 비행기가 회항하거나 복행하더라도, 당황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최선의 판단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하늘 위의 안전은 결코 타협되지 않습니다.